[스크랩] 물폭탄에 쓸려간 웰빙열풍... '안전한 집'이 최고

2011. 8. 2. 05:54부동산 뉴스

[세계일보]

‘재해안전 지대’ 강남 수해로 주거트렌드 급변 전망

분양시장선 ‘재해인프라’ 뜰 듯… 집값 하락은 미미

 
중부 지방을 강타한 폭우로 아파트가 고립되고 산사태가 나는 등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수해가 향후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물난리 충격이 당장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주택 매매나 전세 거래 시 고층을 선호하는 현상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장기적으론 주거 트렌드의 화두로 ‘안전’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한다.

◆ 주거 선택 기준 바뀌나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이후 아파트 선택 기준으로 안전 문제가 중요 고려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당시 국내 아파트 분양 시장엔 ‘내진설계’라는 생소한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아파트 안전이 화두가 됐고, 건설사들은 앞다퉈 새 아파트에 내진설계를 적용해 분양에 나서야 했다. 

이번 수해도 향후 주택시장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웰빙 바람이 불면서 주거 환경 기준으로 배산임수 입지와 그린조망권, 수변 생태공원 인접 등이 중요 요소로 꼽혔지만 앞으론 방수·배수인프라 구축, 재해 피난처 여부 등 안전 문제도 주거지 선택 시 고려 대상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은 “소득이 늘면서 웰빙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차별적인 주거 공간을 찾는 수요자들이 산이나 강이 한눈에 보이는 그린조망권을 선호했지만 이제는 ‘안전 트렌드’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도 “서울 강남권에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 주민들의 심리적인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며 “외관이나 미적인 요소보다 구조적인 안전성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인식이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 엑소더스는 없을 것

이런 현상은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지켜볼 문제이지 당장 현실로 반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녀 교육과 직장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당장 살고 있는 집을 놔두고 딴 집을 찾아 떠나는 ‘엑소더스’ 현상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그간 ‘재해 안전지대’로 꼽히던 한강 이남지역은 이번 ‘물 폭탄’로 피해가 집중돼 집값 하락 우려가 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규정 본부장은 “이번 물 폭탄에 수해를 당한 일부 지역은 가격 하락에 대한 압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강남 지역의 경우엔 일시적인 현상일 것으로 본다”며 “집값을 끌어내리기엔 이 지역 인프라와 입지적 여건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다만, 물난리에 따른 수해가 주로 저층에 집중됐음을 감안할 때 중층 이상을 선호하는 현상 정도는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해를 당한 서울 우면산 인근 아파트 D공인 관계자는 “앞으로 1∼2년 안에 지금보다 훨씬 안전한 수준으로 재정비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인지 수해 이후에도 집을 팔겠다는 사람들은 없다”며 “다만 태풍·집중호우 등의 영향을 받는 저층의 경우 수해 복구가 어느 정도 되면 불안한 마음에 집을 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준모·이희경 기자 jm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