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수수료 안내려다 독박 쓰기 쉬운 '부동산 직거래'

2011. 7. 21. 06:51부동산 상식

 
 
 
직장인 조모씨(29)는 결혼을 한 달여 앞둔 지난 4월 초 한 전세 직거래 알선 인터넷카페에서 집주인과 직접 전세계약을 했다가 보증금 2억원을 날릴 상황에 놓였다. 당시 인근 아파트 전셋값보다 15%가량 싸고 시설도 양호해 곧바로 전세계약을 한 뒤 신혼살림을 차렸다. 조씨는 전세난 속에 이만 한 매물에 중개수수료(복비)도 절약되니 '일석이조'로 여겼다. 하지만 급하게 서두른 게 화근이었다. 잔금까지 치르고 뒤늦게 등기부등본을 떼 보니 시세 4억원인 이 아파트가 은행에 3억원가량 근저당이 설정돼 있고 이사한 지 한 달이 지난 5월 말 손쓸 틈도 없이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 경매에 부쳐지면 시세의 60∼70%가량까지 낙찰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씨는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서울 용산에 보증금 9000만원을 주고 오피스텔로 전셋집을 구한 김모씨(28.여). 중개수수료를 아껴보려고 직거래로 계약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하다. 어릴 적 이민을 갔다가 한국에서 직장을 얻어 혼자 정착한 김씨는 저렴한 전셋집을 찾아 자주 이사를 다녔다. 그런데 전셋값이 부쩍 오르다 보니 이에 연동되는 중개수수료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씨는 "자칫 사기라도 당해서 목돈을 모두 날릴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집주인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살고 있는 집을 인터넷 직거래 알선 카페에 전세로 내놓은 경기 성남시 정자동의 박모씨(49)는 "직거래 카페에서 임차인이 나타나 약속을 받고 이사갈 집까지 마련했는데 계약 당일에 나타나지 않고 연락이 두절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수십만원 정도의 중개수수료를 절약하는 것보다 안전한 거래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인터넷을 통한 부동산 임대차 직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전셋값이 크게 뛰면서 거래금액에 연동되는 중개수수료도 함께 올라 이에 민감한 세입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직거래에 나서는 이유에서다. 수수료를 조금 아끼려다가 낭패볼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경매로 넘어가기 직전의 집이 전세 직거래 매물로 나오는가 하면 집주인 위임장을 위조해 마치 자신이 집주인인양 거래 계약서 작성후 보증금을 가지고 도망을 치는 경우,  올해 초에는 세입자가 직거래를 통해 다시 전세를 놓는 방법(이중계약)으로 전세사기를 치는 등 피해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월세 직거래를 알선하는 인터넷 사이트와 카페(가입자 500명 이상)는 현재 120여개로 추산된다. 2009년 50여개에 불과했음을 고려하면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전세 직거래 사이트인 B사 관계자는 "전세난이 심화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직거래 사이트와 카페 등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올해 초 전세사기 등으로 직거래가 한동안 줄다가 지난달부터 다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중개수수료는 거래금액과 상한요율을 곱한 값으로 한도를 정하는데 거래금액인 전셋값이 오르면 수수료도 높아지는 구조다. 현행 주택임대차 중개수수료율은 서울기준으로 거래가액이 5000만원 미만이면 0.5%, 1억원 미만이면 0.4%며 수수료 한도액은 각각 20만원과 30만원이다. 거래가액이 3억원 미만인 경우 상한요율은 0.3%며 한도액은 없다. 거래금액이 3억원 이상이면 상한요율인 0.8% 이내에서 중개업자와 협의해서 요율을 결정할 수 있다. 
 
 
 
주택이 아닌 오피스텔은 사실상 주거형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다수인데도 중개비용 부담이 더욱 크다. 거래금액과 상관없이 0.9% 이내의 중개수수료율이 적용된다. 보증금 9000만원인 김씨의 오피스텔은 중개수수료가 81만원에 달한다. 반면 김씨가 보증금 액수가 같은 아파트로 전세계약을 했다면 수수료율이 0.4%만 적용돼 최고 30만원 안에서 중개업소에 수수료를 지불하면 된다. 
 
 
 
전셋값은 오르고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도 있다 보니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 수록 온라인 직거래에 눈길을 돌리는 상황이다. 실례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부동산 직거래'를 검색하면 직거래 계약이 정말 안전한지, 수수료는 얼마나 아낄 수 있을지 묻는 질문들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회원수가 10만~20만에 이르는 대형 직거래사이트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직거래에 나설 경우 보수적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표면적으로 직거래를 표방하는 사이트라도 알고 보면 기존 중개업소에서 영업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다. 또한 중개업소에서 직거래 계약 당사자들이 원하면 계약서만 대필해 주고 3만~5만원 정도의 수수료만 받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계약에 문제가 생겨도 중개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서울 대학가에서 원룸, 오피스텔을 취급하는 A중개업소 사장은 "부동산계약 경험이 전무한 젊은 사람들일 수록 중개업소를 통해서 계약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수 천, 수 억원이 오가는 계약이니 수수료가 아까운 것 같아도 좋은 방을 안전하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개업소를 통해 계약하면 집주인을 가장해 계약을 하는 경우, 정확한 시세를 모르고 계약해서 오히려 비싼 가격에 전셋집을 얻을 수도 있는 위험 등을 피할 수 있다. 등기부등본의 권리관계 파악도 직거래보다 용이하다. 보증보험증서와 공제에 가입된 중개업소를 이용하면 더욱 안전한 거래가 될 수 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소장은 "개인 간의 임대차계약은 중개대상물확인서를 작성하지 않으므로 당사자가 거래위험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중개물건의 하자를 직접 확인해야 하고 근저당 설정 여부 등 권리관계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중개수수료를 절약하려다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다"며 "직거래를 할 때에는 집주인이 보여주는 등기부등본 등만 믿지 말고 계약 전에 직접 관련 서류를 떼서 확인해야 하고, 구청에서 재산세 납부 여부를 확인해 집주인이 맞는지, 물건에 이상이 없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이중계약 등으로 피해가 발생해도 공제 등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중개업소를 통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 입력 2011.07.20 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