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리모델링 수직증축 '불허' 배경과 파장

2011. 7. 6. 18:18부동산 뉴스

신도시 입주자 불만 고조..집값 하락 예상

기금지원, 취득세 감면 등 지원책 마련..근본대책 필요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국토해양부가 5개월간의 고민끝에 결국 리모델링 수직증축과 가구수 증가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1기 신도시 주민들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수직증축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지만 정부는 결국 '바람직하지 않다'는 당초의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거나 검토중인 단지는 180여곳, 12만9천가구에 달해 수직증축 불허에 따른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6일 국토부 관계자는 "국민의 안전, 자원 재활용과 경제성 등을 고려할 때 리모델링 수직증축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7월 중하순께 최종 정부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안전성ㆍ경제성 모두 미흡" = 리모델링 추진 단지와 건설사가 리모델링 수직증축과 가구수 증가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현재 리모델링 형태로는 가구수 증가가 금지돼 일반분양을 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조합원이 공사비를 모두 부담해야 해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전문가 의견 수렴 결과 수직증축 등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고, 경제성도 낮다고 판단해 최종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수직증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는 건설 당시 증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됐고, 철근과 철근 사이 접합부에 대한 안전성도 담보할 수 없다"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콘크리트 강도 추정식조차 없는데 기존 구조물의 성능을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구조 전문가는 "1기 신도시의 경우 1980년대 말 주택 200만호 건설을 목표로 단기에 건설돼 당시 건자재 파동과 더불어 부실공사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수직증축 허용 이후 안전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귀책사유가 정부에 있는데 허용해주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현재 강남권에서 진행하고 있는 리모델링은 골조만 일부 남겨놓고 구조물의 80~90% 철거해 사실상 재건축이나 다름없으며, 리모델링의 근본 취지인 자원 재활용 효과도 거의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공사비도 재건축 수준으로 높아져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공사비는 조합원 이주비 금융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 3.3㎡당 380만~390만원선(지하주차장 면적 포함한 계약면적 기준)이다. 

이에 비해 현재 추진중인 강남권 아파트의 리모델링 공사비는 3.3㎡당 340만~350만원 선으로 재건축 공사비의 90%에 육박한다. 

리모델링 아파트의 평면, 설계 등이 재건축에 못미치는 점을 고려할 때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얼마나 높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특히 수직증축을 위해 막대한 구조 보강비를 투입할 경우 리모델링 공사비가 재건축보다 더 들어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물산이 리모델링하는 강남구 청담 두산 아파트는 고급 마감재를 쓰기도 하지만 단지 경계가 올림픽대로가 맞닿아 있어 구조보강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공사비가 3.3㎡당 394만원까지 올라갔다.

현대산업개발이 리모델링 하는 청담 청구아파트도 공사비가 3.3㎡당 380만원대로 높다.

정부는 재건축과의 형평성 문제도 불허의 배경으로 꼽았다. 재건축의 경우 아파트 준공후 30~40년이 지나야 사업추진이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15년만에 사업을 할 수 있다. 

또 재건축은 용적률이 최대 300% 이내(통상 250~290%선)로 제한되면서 소형의무비율, 임대주택 의무 건설(용적률의 30%), 각종 기부채납, 초과이익 부담금 등 각종 제약이 가해지는 반면 리모델링은 용적률 제한없이 개별 주택형의 전용면적의 30%까지 주택형을 자유롭게 늘릴 수 있고 심의를 거치면 일조권, 높이제한 등 건축기준도 완화된다. 

이 때문에 현재 강남권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용적률이 350~380% 선까지 올라 400%에 육박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런 상황에서 수직 증축을 허용하고 가구수를 늘린다면 용적률이 500%까지도 늘어날 수 있고, 기반시설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지금도 상당한 특혜를 받고 있는데 가구수 증가까지 허용하면 형평에 어긋난다"며 "리모델링을 장려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가구수 확대를 허용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공사비 기금 지원 등 '당근책' 고심 = 국토부는 수직증축을 금지하는 대신 리모델링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국토부는 현재 리모델링에 투입되는 공사비의 일정 부분을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금 성격상 중대형을 제외한 중소형 아파트의 공사비를 저리로 대출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리모델링 연구용역을 수행한 토지주택연구원 윤영호 박사는 주택개량사업비, 부대ㆍ복리시설 증설비용 등으로 소요비용의 80%를 3%의 금리로 최장 19년까지 대출해줄 것을 제안했다. 

취득세 감면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리모델링 공사 후의 주택은 신규 취득으로 간주해 총 공사비에 대해 취득세를 부과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많았다. 

윤 박사는 취득세를 증축 부분만 부과하거나 면세해주고, 전용 85㎡초과 아파트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민주당은 현재 리모델링 아파트 공사 기간에 멸실주택으로 인정해 재산세를 부과하지 않는 내용의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여서 재산세 면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신도시 주민 반발 예고..주거환경 개선은 '숙제'로 = 정부가 이처럼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금지하면서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1기 신도시리모델링연합회는 지난 5일 안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도엽 장관의 리모델링 관련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형욱 1기 신도시 리모델링연합회 회장은 정부가 무분별하게 신도시를 건설한 뒤 이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리모델링 공사때 구조안전에 이상이 없는 범위에서 수직증축 및 일반분양 등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건설사들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S건설 관계자는 "베란다 앞뒤로만 주택형이 늘어나는 현행 리모델링의 기형적인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직증축이 필수"라며 "구조보강을 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는데 정부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기대했던 주민들이 실망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며 "분당을 비롯한 신도시 아파트값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는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여서 다음 국회에서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특히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리모델링이 정치 쟁점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수직증축을 불허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노후화되고 있는 신도시 등 고층 아파트 단지의 주거환경 개선 방안은 정부가 풀어야 할 또다른 과제로 남게 됐다.

1980년대 이후 지어진 신도시 등 고층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용적률이 200~250%에 육박해 현행 기준으로는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리모델링을 지속 가능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전담조직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소장은 "수직증축이 불가능해지면 신도시 리모델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재건축 기준을 완화하거나 고층 아파트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주거환경 개선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연합뉴스